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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우승학교를 만나다



마라톤계의 엄친아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잘생긴 얼굴과 월등한 다리 길이, 그리고 타고난 달리기 실력까지. 단양고 선수들을 마주하고 든 첫 생각이었다. 사실 그들은 지난해 열린 제32회 코오롱 구간 마라톤 대회 우승자들이다. 작년 우승에 관해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우승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도대체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가. 중2병을 넘은 고3병인가 하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도 잠시, 인터뷰를 진행해보니 이들의 당당한 모습이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끈기의 승부사였다.

뛰면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단양고 선수들은 내 예상 밖의 답변을 했다. 나는 부모님을 생각한다든지, 뭔가를 잊기 위해 뛴다든지 같은 드라마에서 본 듯한 이야기가 나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단양고 학생들의 대답은 정말 간단하고 명쾌했다.

“초 수를 맞춰야겠다. 바퀴 수 마다 초 수를 더 줄여야지. 머릿속은 온통 이 생각뿐이에요. 경기에 집중해야 하니까요.”

어느 대회에서도 우승을 바라본다는 그들이 왜 그런 꿈을 꿀 수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단양고 마라톤팀은 선후배 사이의 팀워크가 좋다. 옆에서 지켜보니 훈련할 때는 묵묵히 서로를 끌어주고, 쉬는 시간에는 누가 선배이고 누가 후배인지 모를 정도로 친한 친구들이 따로 없었다. 서로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으니 우승을 거머쥐지 않을 수 있으랴.

단양고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데는 학교의 든든한 지원도 한몫했다. 선수들은 학교의 지원 덕분에 좋은 환경에서 열심히 뛸 수 있고, 그것이 실력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점점 잘 뛰는 선수들이 많아지니 훈련도 재미있다고 한다. 코오롱 구간 마라톤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훈련강도가 높아져 힘들기도 하고, 비가 와서 운동을 하지 않는 날이 좋다고 내게 슬며시 이야기했지만, 훈련할 때 만큼은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자신감 넘치는 선수들에게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을까? 선수들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거리가 늘어날 때가 가장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었다고 한다. 매 순간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해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며 버틸 수 있었다. 단양고 선수들은 단순히 마라톤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마라톤에서 인생을 배우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사는 그들이 해내지 못할 일이 있을까? 이들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었다. 국내 대회를 넘어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같은 세계대회에 나가 1등을 하는 것이다. 직접 선수들을 만나보 니 그 꿈이 그저 꿈은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든다. 이렇게 잘생기고, 욕심도 많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라면 꼭 꿈을 이루고 멋진 스포츠 스타가 될 것이다. 단양고 마라톤팀 선수들은 이번 코오롱 구간마라톤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원한다.

“학교의 명예와, 후배들을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 뛸 거예요.지켜봐 주세요.”






모처럼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던 날, 상큼한 그녀들을 만났다. 생각보다 많은 수의 선수들에 한 번, 첫 만남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밝은 표정과 뜨거운 인사에 또 한 번 놀랐다. 짧은 몇 시간 동안이었지만 김천한일여고 선수들이 보여준 에너지와 열정을 느끼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김천한일여고 마라톤팀과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뮤직비디오와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 내내 시종일관 웃음이 이지 않았다.

모두가 허물없이 어울리고, 장면을 연출할 때는 너, 나 할 것 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까지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선후배 사이의 완벽한 팀워크. 어쩌면 이것이 지난해 우승팀의 저력이 아닐까. 선수들은 작은 것까지 잊지 않고 챙겨주는 코칭스태프의 세심한 배려도 지금의 김천한일여고가 있게된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너무 뻔한 질문일지 모르지만 마라톤 선수들에게 마라톤은 과연 무엇일지 궁금했다. 잠시 고민하던 선수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 한 것은 ‘친구’다. 그런데 그냥 그런 친구가 아니라, 정말 보고 싶다가도 때로는 얄밉기도 한 그런 친구! 생각해 보면 주변에 그런 친구가 한 둘 정도는 있다. 마음도 잘 통하고 좋은데 가끔은 너무 맞는 말만 해서 얄밉기도 한 그런 친구 말이다. 수 년 간 트랙을 달려온 선수들에게 마라톤은 잘해서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노력이 없다면 결과도 없다는 사실을 너무 정직하게 이야기해주는 친구가 아닐는지.

나는 지난해 21km 하프 마라톤에 참가했다. 정말 힘들었지만 완주했을 때 그 기쁨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올해 마지막 무대를 준비하는 고3 선수들은 어떤 기분일까?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서는 달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윤은지 선수는 1학년 때 첫 무대에서 섰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2구간을 달렸던 은지 선수는 시간을 단축하지 못해 몹시걱정 했다. 하지만 선배들이 역전 우승을 만들어내자 미안함과 고마움에 펑펑 울며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 부터 3연패 달성을 꿈꿔왔다고. 윤은지 선수는 출전이 힘들 것을 알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객석에서 박수를 치기보다, 무대에서 박수갈채를 받기를 원하고 있었다. 과연 그 기적이 이번 대회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이제 곧 대회의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려 퍼질 것이다. 이번 대회도 김천한일여고 선수들은 우승하기를 원한다. 왜냐하면 코오롱 구간 마라톤대회가 경주에서 치러진 이래 최초로 3연패를 달성하는 학교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들에게 남은 것은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 그것 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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